[성명서]
국민 기대 배신한 사법부는 각성하라
- 손정우 미국송환 불허에 분노하며 -
7월 6일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강영수, 정문경, 이재찬 부장판사)는 세계 최대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사이트 '웰컴투비디오'(W2V) 운영자 손정우의 미국 송환을 기각했다. “미국으로 손정우를 인도하지 않고 대한민국이 신병을 확보함으로써 ‘주도적’으로 대한민국이 관련 수사를 ‘적극적’으로 ‘철저히’ 진행할 수 있다”는 이유였다. 손정우는 감사의 눈물을 흘리며 풀려났다.
한국 사법부가 ‘주도적’이고 ‘적극적’으로 ‘철저히’ 수사한 결과는 어땠는가. 2015~2018까지 생후 6개월 된 영아를 비롯한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22만개를 배포해 약 4억 원에 달하는 이득을 얻은 손정우는 1심에서 집행유예, 2심에서는 1년 6개월형을 선고 받았다. 2차 범죄가 상당했음에도 사법부는 달걀 18개를 훔친 남성과 같은 처벌을 내렸다. 500장이 넘는 반성문과 부양할 가족이 있기 때문이었다. 함께 검거된 한국인 이용자 223명은 벌금형과 기소유예를 받는 것에 그쳤다.
영국이 아동 성착취물을 촬영하고 공유한 남성에게 징역 25년을 선고했고, 미국이 성착취물 1개를 수령, 소지한 남성에게 징역 5년 10개월, 보호관찰 10년형을 내린 것과는 비교되는 판결이다. 대한민국 사법부가 성착취 범죄를 수사해 판결한 내용은 일관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가해자가 ‘범죄전력이 없어서’, ‘반성하고 있어서’, ‘불우한 어린시절을 보내서’, ‘부양가족이 있어서’, 심지어는 ‘고도비만으로 인한 외모 콤플렉스’란 감형 사유를 대며 솜방망이 처벌을 내려왔다.
사법부는 가해자의 논리를 대변하는 집단으로 변모한지 오래다. 문화예술, 종교, 스포츠계를 비롯한 수많은 영역에서 성범죄·성착취 사건에서 용기 낸 피해자(생존자)들의 목소리를 짓밟아 오며 침묵할 것을 종용해왔다. 무죄·무혐의·기소유예 판결로 이끌겠다는 로펌들이 성행하고, 가해자들은 더 이상 법을 두려워하지 않고 ‘성범죄자 천국’을 자유로이 누비고 있다. 이러한 부정의를 만든 것은 누구인가.
사법부는 “손씨를 인도하지 않는 것이 대한민국이 아동·청소년 음란물 제작을 예방하고 억제하는 데 상당한 이익이 된다”는 이유를 덧붙였다. 아동성착취에 대한 판결과 형 집행, 경찰과 검찰의 수사가 종결된 현재,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제외한 추가 처벌이 이뤄지기 어려운 상황이다. 사법부는 구체적인 계획 없이 변명하기 급급했고, ‘권위적인 개소리’만 늘어놓았다.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범죄의 심각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적절한 입법적 조치가 뒤따라야 할 것”이란 이유도 이어졌다. 심사를 담당한 서울고법 강영수 판사의 대법관 후보 자격을 박탈하라는 국민청원이 44만명의 동의를 받고, ‘사법부도 공범이다’라는 외침이 이어지며, 각종 범죄자를 보호하는 사법부를 대신해 각종 범죄자의 신상을 공개하는 ‘디지털교도소’가 등장한 상황에서 ‘국민적 공감대’를 찾지 못하는 사법부는 도대체 어느 세상에 살고 있는가.
성범죄는 이제 일상의 공간을 넘어 디지털에서 손쉽게 일어나고 있다. 정부는 디지털성범죄를 근절하겠다고 수차례 약속했다. 그러나 성착취 사건에 대한 지지부진한 수사와 정의롭지 못한 판결들은 정부가 ‘말로만’ 일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국민은 더 이상 한국의 사법부를 신뢰하지 않는다. 사법부에 대한 신뢰가 없다면 법치국가의 의미가 없다. 우리는 사법부에게 묻는다. 성착취를 근절할 의지가 있는가? 사법 정의는 살아있는가? 국민의 공분을 간단히 무시해도 된다고 생각하는가? 사법부는 국민의 분노 앞에 부끄러움을 느끼고 반성해야 할 것이다.
한국YWCA는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첫째, 손정우 사건을 담당한 강영수 판사의 대법관 후보 자격을 박탈하라
둘째, 기소유예된 ‘웰컴투비디오’ 한국인 유료회원 사용자들을 즉시 기소하고 수사를 재개하라
셋째, 사법부는 성착취 범죄자의 죄질에 맞는 양형기준을 세우고, 관대한 재판 관행을 철폐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