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1일 오전 경주 화백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66차 유엔NGO컨퍼런스' 워크숍 중 '한반도 평화를 위한 여성들의 노력과 발걸음'. 이예지 학생이 일본군'위안부' 해결을 촉구했다.
ⓒ 조정훈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모른 척 지나간다면, 그리고 오늘날 일어나는 끔찍한 상황을 바라보지 않는다면 우리의 평화는 온전한 평화가 아니겠지요..."
경북 경주에서 열리고 있는 '제66차 유엔NGO 컨퍼런스'에서 17세 한국 소녀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의 해결을 촉구하고 나섰다.
31일 오전 경주 화백컨벤션센터 203호실에서 진행된 '한반도 평화를 위한 여성들의 노력과 발걸음(Strengthening the Solidarity and Effort of Women in Peace Building Process on Korean Peninsul)' 워크숍에서 세션 발언자로 나선 이예지(안양 Y-Teen 대표, 평촌고 3)양은 세계의 NGO들이 모인 자리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만이 온전한 평화를 위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이양은 '청소년이 외치는 평화의 메시지: 일본군 위안부-똑같은 역사, 반복하실 겁니까?'란 주제의 발언을 통해 "저에게 평화란 평범하게 살 수 있는 것, 차별이 없는 것, 아픔을 감싸주는 것, 함께 울어주는 것, 이런 것들이 평화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양은 최근 일본군 '위안부'를 다룬 영화 <귀향>을 보았다며 "영화는 전쟁 중 일본군의 사기증진을 위해 한국의 여성들이 일본군 '위안부'로 강제 동원되는 내용으로, 많은 한국 소녀들은 영문도 모른 채 일본에 강제로 끌려갔다"고 말했다.
그는 "영화에 나오는 그 소녀들은 여기 서 있는 저와 같은 또래이거나 심지어는 훨씬 어린 소녀들이었다"며 "그 소녀들은 얼마나 끔찍했을까요? 얼마나 무서웠을까요? 슬프게도 이 영화는 전부 사실"이라고 울먹였다.
17세 한국 소녀 발표 뒤 나온 박수갈채
▲ 31일 오전 경주 화백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유엔NGO 컨퍼런스에서 이예지 학생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해결을 촉구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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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예지양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평화롭지 않은 이슈라고 말했다. 또 평화롭게 해결할 수 있고 일본으로부터 진심으로 사과를 받는다면 할머니들은 충분히 보상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지난해 12월 한·일 정부의 합의는 다시 한 번 마음을 아프게 했다고 밝혔다.
이양은 합의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이 빠졌다며 "당사자가 빠진 합의는 누구를 위한 합의였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는 또다시 할머니들에게 아픔을 주었고 함께 평화를 외친 사람들은 좌절을 맛보았다"고 말했다.
이양은 또 '전쟁과 여성인권'이라는 박물관에서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갔던 소녀들의 삶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고 전쟁 중에 고통을 받고 있는 다른 나라의 여성과 아동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며 평화에 대해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양은 "위안부의 아픈 역사가 반복되고 있다"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우리가 눈을 감는다면 오늘날 일어나는 끔찍한 역사는 계속해서 반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양의 발표가 끝나자 참석자들은 브라보, 원더풀 등을 외치며 박수로 호응했다.
▲ 31일 오전 경주 화백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66차 유엔NGO 컨퍼런스' 섹션에서 평촌고 이예지양이 위안부 해결을 촉구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 조정훈
일본 피스보트(Peace Boat)에서 어린 학생들에게 일본의 역사와 '위안부' 문제 등을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다는 메리 조이스(Meri Joyce)씨는 "17살 소녀가 유엔 컨퍼런스에서 목소리를 내는 것에 대해 놀랐다"며 "한국 뿐 아니라 일본과 전세계의 젊은 친구들이 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계 미국인인 레이나 주(Leina Juh, 19)씨는 "한국 뿐 아니라 중국에도 일본군 '위안부'가 있었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다"며 "오늘 이예지 학생의 발언을 통해 매우 귀중한 정보를 얻었다, 앞으로 공부하고 미국 친구들에게도 많이 알리겠다"고 말했다.
한편 행사 말미에는 아리랑 노래에 맞춰 함께 어깨춤을 추고 한복 옷에 색색의 끈을 묶어 평화를 노래했다. 참가자들은 세계지도가 그려진 판넬 위에 '여성'과 '평화'를 기원하는 내용을 적어 붙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