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덕을 아는가. 안양시 최초의 여성구청장이다. 이순덕 동안구청장은 경기도의 유일한 여성구청장이기도 하다. 양성평등 정책의지가 강한 최대호 시장은 여성구청장 임명 외에도 위원회 여성할당제 40% 도입, 여성친화도시 용역 등을 시행했다. 여성할당 40%는 ‘2020년까지 여성할당 30%’라는 국제적 추세를 앞서는 것이다.
1995년 제4차 베이징 세계여성대회 이후 정책결정과정 및 정치 분야의 여성참여 30%는 유엔의 권고사항이자 동시에 젠더라운드(Gender Round)로 불릴 만큼 전세계적인 추세이다.
1995년 세계여성대회에서 채택된 베이징선언의 행동강령은 여성 공공참여의 의의를 “의사결정에 있어 여성의 평등한 참여는 단순한 정의 또는 민주주의를 위한 요구일 뿐만 아니라 여성의 관심사를 고려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이다. 모든 수준의 의사결정에 있어서 여성의 적극적인 참여와 여성 관점의 통합 없이는 평등·발전·평화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고 규정했다.
많은 나라들이 여성의 공공참여를 활성화하는 다양한 방안들을 시도하고 있다. 남녀 동등한 정치참여가 사회전체의 총체적 능력을 배가시킬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이자 민주주의의 완성을 향한 필요조건임을 인식한 데 따른 조치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정치 및 정책결정직을 비롯, 여성들에게 마땅히 주어져야 할 지위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여성 30% 할당은 아직도 먼 목표이다. 사기업은 더욱 심하다. ‘보이지 않는 유리지붕’이 도처에서 여성의 진출을 막고 있다.
비례대표의 여성할당제 도입 이후 국회나 지방자치에서는 여성의 진출이 크게 늘었다. 안양시의회에도 여성의원들이 등장했다. 물론 아직도 가야할 길은 멀다.
그러나 정책결정권을 갖는 고위공직자 등 임명직은 아직도 바닥 수준에 머물고 있다. 그나마 장관급은 구색맞추기로 여성을 몇 명 끼워넣지만 고위공직자는 더욱 적다. 장관급도 여성부·보건복지부·환경부 등 일부 부처에만 몰려있다.
우리나라 여성의 교육수준 향상과 사회참여의 일반화에도 불구하고 각 분야에 여성은 과소대표되고 있다. 여성들에게 부당한 대우를 하는 민주주의는 그 자제가 불완전하며 미완성의 것에 지나지 않는다.
여성의 정치적 소외는 결국 남성중심의 기득권(old boys network)을 바탕으로 사회가 지니고 있는 인적 자원의 비효율적이고 불합리한 경영의 결과이다.
여성에게 정치참여 기회가 주어지면 능력과 자질을 바탕으로 제대로 역할을 해냈다는 경험사례들이 증명하듯 고위정책결정직, 기업체 간부, 연구 분야 및 대학 등 다른 분야에서도 여성은 충분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여성이 과소대표되는 이유로는 정치 등 사회활동을 남성의 영역으로 간주해 온 보수적인 사회문화, 이로 말미암아 여성들의 정치사회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점, 여성들 스스로 정치나 사회진출에 적극적이지 못했던 한계를 들 수 있다.
정치를 예로 들면 공천과정에서 여성에 대한 편견과 당선가능성의 불충분으로 당의 공천을 받기 어려운 점, 공천과정 통과 후에도 유권자의 남성 후보를 선호하는 행태 등 사회문화적 제도적 장애요인이 존재한다.
다른 나라는 어떨까. 스웨덴은 모든 직장에서 양성간 평등이 유지되도록 하고 있으며 행정부에서 채용을 할 때 성적 균형을 맞추어야 한다. 핀란드는 1988년부터 정부위원회 및 자치단체 위원회에서 성별 균형을 유지할 것을 법에 못박았다.
그러나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프랑스다. 프랑스가 지난해에 기업 이사진의 40%를 6년 안에 달성하도록 의무화하는 기업고위간부 여성할당제법을 만들었다.
여성의 공공참여는 그동안 우리 눈에 보이지 않았던 문제들을 새롭게 보여주고 해결할 수 있도록 한다. 여성발전기본법에도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다양한 방법을 통해 여성의 정치참여 확대를 지원하기 위한 노력을 할 것(제15조 2항 정책결정과정 및 정치참여)’을 규정하고 있다.
송현주 시의원이 제안하고 최대호 시장이 긍정적 반응을 보인 ‘정책결정력을 가진 사무관급 여성공무원에 대한 임용목표제 도입’이 조속히 실현돼 제2의 이순덕, 제3의 이순덕이 탄생하기를 기대한다.